중세 여성의 그루밍 도구 – 빗, 거울, 향 주머니의 비밀

중세 여성의 그루밍 도구 – 빗, 거울, 향 주머니의 비밀

700년 전, 아름다움을 가꾸는 손길의 흔적을 따라가다

중세 유럽의 여성들은 어떻게 머리를 빗고, 어떻게 향기를 남기며, 어떻게 자신을 가꾸었을까? 오늘날처럼 화장품과 뷰티 기기가 넘쳐나는 시대와 달리, 중세 시대의 여성들은 일상 속 도구들만으로 자연스럽고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중세 축제를 다녀온 후, 많은 방문객들이 그들이 사용한 **‘진짜 그루밍 도구’**에 큰 관심을 보인다.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여성들의 자율성과 문화까지 담아낸 이 도구들은 이제 ‘역사 속 뷰티’의 실체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세 여성들이 사용했던 실제 그루밍 도구들 – 빗, 손거울, 향 주머니 –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과 미의식, 그리고 당시의 뷰티 철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나무 빗 – 머릿결을 지키는 첫 번째 도구

중세 시대의 빗은 단순한 ‘헤어 브러시’가 아니었다.
대부분 단풍나무, 사과나무, 참나무 등 천연재료로 만든 빗은, 잦은 세척 없이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귀족 여성들은 이 빗을 향료에 담가 보관해 자연스럽게 향기를 머리에 스며들게 했으며, 종종 빗살 사이에 허브잎을 넣어 해충을 막는 용도로도 활용했다.

 

 <주요 특징>

• 이중 빗살 구조: 두꺼운 머리카락을 빗고, 정교하게 정리하는 용도로 양면 사용
• 세공 장식: 손잡이에 가문의 문장이나 은세공을 새겨 개인화한 제품도 존재
• 약용 허브 사용: 로즈메리, 타임, 세이지 잎을 넣어 두피 건강을 관리

 

2.  손거울 – 나를 비추는 권위의 상징

현대의 거울이 광택 유리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중세의 여성들은 대부분 광택 금속을 연마한 손거울을 사용했다. 구리, 청동, 은 등을 사용해 둥근 형태로 만든 이 거울은 귀족 여성들에게는 권위의 상징이자, 남편이나 연인의 선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울 속 중세 문화>

• 은도금 거울: 빛 반사가 뛰어나 귀족 여성들의 필수품
• 성물과 함께 보관: 거울은 때로 성모 마리아의 상징으로, 종교적 의미도 포함
• 이동식 거울 케이스: 가죽이나 자수 장식이 있는 거울집이 있어, 휴대성과 보관성을 동시에 고려

📌 체스키 크룸로프 박물관에는 실제 중세 손거울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축제 기간에는 중세 공예 부스에서 복제품도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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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향 주머니(Pomander) – 중세의 ‘퍼퓸’

 

중세 유럽에서 향수는 지금처럼 액체가 아닌, 향을 머금은 고체나 향 주머니 형태로 사용되었다. 이른바 **‘포맨더(Pomander)’**라고 불린 이 향 주머니는 여성들의 옷 속, 허리띠, 목걸이에 달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필수품이었다.

 

< 향 주머니의 기능>

• 향균·소독 작용: 당시 악취와 전염병에 대한 공포 속에서 향료는 건강을 지키는 도구로 여겨짐
• 천연 향료 사용: 장미꽃잎, 라벤더, 마조람, 계피, 클로브, 머스크 등 자연 재료를 건조해 사용
• 수제 향수 공방 체험: 축제 현장에서는 나만의 포맨더 만들기 워크숍이 인기

🎁 체험 Tip: 체스키 크룸로프 중세 마켓에서는 중세 방식으로 제작한 향 주머니를 구매할 수 있다. 고대 방식 그대로 만든 포맨더는 오늘날에도 인테리어 소품이나 수면 향기로 활용할 수 있어 선물로도 인기다.

 

4.  중세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의미’였다

중세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이란 단지 외적인 꾸밈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아름다움은 몸과 마음을 가꾸는 의식이자, 신과 자연에 대한 경건함의 표현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뷰티 아이템도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바로 이런 전통적 의미에 있다.

 

< 중세 그루밍 철학의 현대적 의미>

• 자연에 기반한 재료와 기술
• 몸의 향기와 마음의 기도를 동시에 담은 뷰티
• 쓰임과 의미, 기능과 감성이 결합된 일상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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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뷰티 제품들은 ‘기능’에 집중되었지만, 중세 여성들의 그루밍 도구는 기능과 예술, 종교, 자연에 대한 태도까지 포괄하고 있었다.
체스키 크룸로프 축제에서 만날 수 있는 그들의 삶은 단순한 향기와 빗살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철학이 담긴 기록이다.

여러분도 이번 여름, 체코의 중세 도시를 여행하며 700년 전의 빗 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마주해보길 바란다.